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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할 때 일기 쓰기를 시작하는 법

당신은 노트나 텅 빈 화면 앞에 앉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다음에 찾아오는 건 적막뿐입니다. 커서는 깜빡이고, 백지는 가만히 당신을 마주 봅니다. 당신은 생각합니다. '오늘은 딱히 쓸 만한 일이 없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포기합니다. 그들은 일기를 쓰려면 먼저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극적인 하루, 선명한 깨달음, 혹은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될 만큼 정돈된 감정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입니다. 감정이 선명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쓰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거기에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입니다.

텅 빈 백지는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당신이 손을 움직여 여는 문일 뿐입니다.

할 수 있다고 느껴질 때까지 문턱을 낮추기

'일기 쓰기'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게 느껴진다면, 더 작은 이름으로 불러보세요. *'알아차리기'*라고 부르거나, 나 자신과 *'출석 부르기'*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하루 전체를 요약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의 진실한 문장뿐입니다.

지금 당신과 함께 방 안에 있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일주일 내내 피하고 있는 심부름. 아직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에서 혼자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대화. 거창하게 세웠다가 조용히 접어버린 계획. 아니면 더 사소한 것도 좋습니다. 오후 4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의 모양, 그리고 그것을 보며 문득 밀려왔던 낯선 슬픔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저 *'오늘 나는 발견했다'*라고 적고, 그 뒤의 문장을 완성해 보세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것이 바로 일기입니다.

그것의 의미를 벌써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목격하기만 하면 됩니다. 감정에 단어를 입히는 행위는 감정에 윤곽선을 만들어줍니다. 일단 윤곽선이 생기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당신의 전부를 집어삼키는 막연한 무언가가 아닙니다. 당신과 분리되어 종이 위에 놓인 '하나의 대상'이 됩니다.

글을 쓰며 내 진짜 감정을 배워가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기를 거꾸로 씁니다. 자신이 어떻게 느껴야 '마땅한지'를 먼저 결정하고 그에 맞춰 글을 씁니다. 하루를 마치 보고서처럼 요약합니다. 오늘 일은 괜찮았어. 저녁도 맛있었어. 하지만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일은 결코 '괜찮지' 않았다는 걸요. 회의 시간에 숨이 턱 막히던 순간을 느꼈을 테고, 말할 때 내 목소리가 얼마나 작아지는지도 알아챘을 것입니다. 진짜 일기가 살아 숨 쉬는 곳은 무미건조한 요약본이 아닙니다. 당신이 슬쩍 건너뛰려 했던 바로 그 순간에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빼버렸을 이야기를 쓰세요. 인정하기 부끄러운 사소한 것들을 쓰세요. *'내일 가기 싫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라고 쓰세요. *'끝나서 후련한데, 그렇게 느껴서 죄책감이 들어'*라고 쓰세요. 이것들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기록입니다. 길게 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솔직하기만 하면 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게 될 때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 채 글을 쓰다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납니다. 너무 사소하고 어수선해서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정돈되지 않은 미완성의 생각들을 쏟아내고 나면 무언가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쓴 글이, 판단이나 평가가 아닌 '알아봄'이라는 형태의 응답으로 다시 당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차마 이름을 붙이지 못했던 감정이 비로소 이름을 얻게 됩니다. 억지로 어떤 틀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닙니다. 불안함, 희망, 슬픔과 같이 부드럽고 다정하게 감정의 정체를 짚어주는 것입니다. 덕분에 당신은 처음으로 내 감정을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누군가 당신에게 "이렇게 느껴야 해"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쓴 단어들이 사려 깊은 거울에 반사되어, 당신이 스스로에게 하려 했던 진짜 이야기를 마침내 이해하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백지를 위해 억지로 그럴듯한 글을 꾸며내는 것과, 백지 위에서 진짜 내 모습을 만나는 것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미리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글을 쓰기만 하세요. 그러면 당신을 알아봐 주는 따뜻한 시선이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첫 단어가 가장 어렵고, 두 번째는 더 쉽습니다

일기를 시작하는 데 틀린 방법이란 없습니다. 오직 당신을 시작하게 만드는 방법만 있을 뿐입니다. 어떤 날은 세 페이지를 쓸 것이고, 어떤 날은 단 세 문장만 쓸 것입니다. 둘 다 훌륭한 일기입니다. 둘 다 동등하게 가치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일기를 완벽하게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내 삶의 순간순간을 지나치지 않고, 멈춰 서서 들여다보고, 그것에 이름을 붙여주고, 아무리 어수선하고 엉망진창이더라도 결코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미리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펜을 들고 쓰기 시작하면 됩니다. 그러면 단어들이 그곳에서 당신을 마중 나올 것입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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